"기계는 주가 비싸도 계속 산다"…ETF 편입된 종목들 급등 속출

입력 2021-08-11 16:23   수정 2021-08-12 01:57

상장지수펀드(ETF)가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증시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종목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장단기 전망 등 여러 요인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으나 이제는 ETF 편입 이벤트 하나만으로 주가가 두세 배 급등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5월 11일 증시에 입성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대표적이다. 상장 첫날 급락세로 전환한 뒤 13만~14만원대를 횡보하던 이 종목은 6월 11일부터 투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한 달 만에 24만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2차전지 ETF 등에 편입된 게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가가 네 배 급등한 반도체 장비업체 리노공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초 주가가 4만원 후반대였던 리노공업은 같은 해 7월 16만원대까지 급등했다. 글로벌 반도체 ETF에 편입된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대부분의 ETF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지수 내에서 특정 종목 비중이 커지면 ETF도 이 종목을 따라서 매수한다. 안정환 BNK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람이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와 달리 ETF는 편입 비율을 맞출 때까지 주식을 기계적으로 사들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편입만 결정되면 밸류에이션이 높아도 매수세가 계속 이어진다. SK아이이이테크놀로지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에 달한다. 리노공업 PER도 30배 수준으로 다른 반도체주와 비교해 높은 편이다.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블랙록, 뱅가드 등 미국 주요 운용사의 ETF다. 운용 자금이 수천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편입 비율이 낮아도 주가를 크게 움직일 정도의 투자금이 들어온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중국 2차전지에 투자하는 글로벌 ETF에 편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 관계자는 “대형 ETF에 편입되면서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2차전지, 수소 등 친환경 관련주가 ETF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래 성장성이 주목받는 분야로, 투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고 글로벌 ETF가 담을 만한 종목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글로벌 주요 업체라는 점 때문에 ETF에 대거 편입될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배터리 분리막 시장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 중국 상해은첩, 일본 아사히카세이와 도레이가 독과점하고 있다”며 “규모가 큰 업체가 세계적으로 네 개밖에 없기 때문에 국적을 가려 투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은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최상위권인 국내 2차전지 종목을 글로벌 ETF들이 편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가가 비싸도 투자금이 꾸준히 유입될 것이란 의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금이 특정 종목과 업종에 유입되면서 오르는 종목만 계속 오르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ETF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때 주가가 급락할 위험도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지난 3일 주가가 7.66% 떨어졌다.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ETF에서 투자금이 일시적으로 빠지며 충격을 같이 받았다는 분석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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